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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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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em

    From the magazine:성락

    By Kim Ok
    울려 나오는 악성의
    느리고도 짧은
    애닯은 곡조에
    나의 사라진 옛 꿈은
    그윽하게 살아
    내 가슴 아파라.

    설움 가득한 악성의
    빠르고도 더딘

    애닯은 곡조에
    뒤숭숭한 그 생각은
    고요하…
  • Poem

    From the magazine:탈춤

    By Kim Ok
    여러분, 서러움과 즐거움을 맛보려거든,
    ‘도덕’ 의예복과 ‘법률’ 의 갓을 묘하게 쓰고
    다 이곳으로 들어오십시오, 이곳은
    인생의 ‘이기’ 탈춤 회장입니다.
    춤을 잘 추어야 합니다,…
  • Poem

    From the magazine:

    희미하게 남아 있다

    By Ahn Joo Cheol
    희미하게 남아 있다.
    희박하게 남아 있다.

    생활 속에 맺힌 물방울이
    빛 한방울을 소중하게 간직하듯이
    사랑이라는 말 속에 사랑이 맺히듯이
    이별이라는 말 속에 이별이 스며들지 않듯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희박하게 나의 일부가 남아 있다.

    내 속에는 가끔 내가 가득한 느낌이 들고
    내 속에는 거의 나 이외의 것이 가득하지만
    나와는 멀다. 멀리에...
  • Poem

    From the magazine:

    마을

    By Ahn Joo Cheol
    개나리 덤불이
    손가락을 구부려 어둠을 쥐고 있었다.

    열개의 검고 작은 달이
    계란을 움켜쥔 손끝에 뜨듯이

    개나리 덤불 속으로 들어가면
    고양이 이빨 자국 깊숙이 난
    쥐 대가리들

    좀더 깊이 어둠속으로 들어가면
    고양이가 내뱉은 토막 난 쥐의 다리들

    너덜너덜한 다리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쥐 대가리들
    짧게 끊어진 다리들
    길고 긴 어둠에 붙어 어디론가

    떠나갈 준비를 하고...
  • Poem

    From the magazine:함부르크

    By Ahn Joo Cheol
    새롭게 죽을 고향과 새로운 무덤이 생겼다.
    어둠을 오랫동안 만질 수 있는
    머나먼 북구의 항구가 생겼다.

    내가 태어난 고향이 나보다 먼저 죽어서
    고향도 아버지에 불과하다는 걸
    인…
  • Poem
    By Kim Hyesoon
    그는 꽃병을 길러서 아내로 삼았다

    꽃병은 너무 고요해서 감히 말을 붙일 수조차 없었다

    그는 말했다 집에 가만히 있으라
    내가 돌아올 때마다 입꼬리를 올리라

    그는 벙어리가 된 꽃병 속에 몸을 숨기는 걸 즐겼다
    꽃병에게선 지독한 냄새가 났다

    집에 들어간 검침원이 말했다 뭔가 섬뜩한 느낌
    수천 개의 눈동자가 숨어서...
  • Poem
    By Kim Hyesoon
    눈 속에 파묻힌 흰토끼야

    하얀 시트 하얀 베개 좋은 잠옷 우리 엄마
    두 손을 포개고 눈 속에 누운 흰토끼의 정적

    아무것도 안 듣는 귀들은 자라서
    가까이 다가가면 때 묻은 구름이 되었네

    내리는 눈송이처럼
    강물에 앉은 안개처럼
    안을 수 없는 흰토끼야

    식물인간이란 말은 식물에 대한 모독일까 격려일까
    식물인간의 영혼이 가득...
  • Poem

    From the magazine:

    쌍시옷 쌍시옷

    By Kim Hyesoon
     
    알고 싶지 않다 당신의 마음
    알고 싶지 않다 당신의 처절
     도시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여러 넘버들을 매겨주었지
     나는 이 도시에서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지 않겠다
    더 이상 먹지도 않겠다
     부리처럼 입술에 조개껍데기를 물고
    물고기의 피를 얼굴에 바르고
    바람의 손목을 두 손에 나눠 잡고
     웃어주겠다
    증발하겠다
    은퇴하겠다
     나는 도시의 눈에...
  • Poem
    By Kim Hyesoon
    눈이와
    흰 벌판 한가운데
    물로 만든 척추처럼
    개울이 흘렀다

    나는 팥죽을 쑤었다
    오른쪽 폐에서 피떡처럼
    검붉은 기침이 펄떡거리고

    집을 떠나 이곳에 오면서
    이름도 적지 않고
    초대장을 보냈는데
    꼭 올 것만 같았다

    공중에서 내려온
    흰 시트를 헤치자
    아빠, 너가 서 있었다

    팥이 다 익었을 때
    두 눈에 맺힌 아빠를 닦으며
    흰 설탕을 넣었다

    눈이 더 와
    흐르는 물로 만든...
  • Poem
    By Kim Hyesoon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면
    기쁘다 내 죽음이 오신 것 같고

    기쁜 우리 젊은 날 하면
    그가 나를 죽인 기쁜 날 같고

    기쁨의 복음을 하면
    나 죽은 기쁜 소식 널리 전하세 하는 것 같고

    쌍비읍 때문인가 아빠오빠기쁨은 한통속이어서
    결국 내 숨을 끄러 오는 것 같고

    나가 나가 내 방에서...
  • Poem
    By Kim Hyesoon
    얼굴을 붉힌 채 기다리고 있다 해야 하나. 이별하려고 기다린다는 말은 말아야 하나. 순결이란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굴까.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인 사람. 창구에 앉은 여자처럼 받은 것은 무조건 돌려보내는 나를 뭐라고 해야 하나.

    이미 피를 흘려봤다고 해야 하나. 피 묻은 얼굴이라고...
  • Poem
    By Kim Hyesoon
    검은건반 흰건반이 마구 섞이는 저녁
    장님이 해를 바라볼 때 같은 박명의 시간
    시간으로부터 빠져나와 이륙을 감행해서

    흰 수염의 피아노 수선소 굴뚝까지

    얘야 이 우주에 아직 멈추지 않은 음악 같은 게 있다는 게 얼마나 좋으니

    이륙하면서 잠깐 뇌리를 스치는 생각!
    저 아래 사람들은 한평생 뭘 저리 열심히...
  • Poem
    By Kim Hyesoon
    발목에 묶인 은줄이 빛난다
    엄마는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새장을 입혔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트램펄린 밤
    흰 오로라처럼 사라지는 토끼 모양 그림자
    트램펄린 밤 속으로 나는 튀어 오른다

    누가언제왜어떻게어디서무엇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얼굴과 마주 보고 튀어 오른다
    우리 엄마를 낳아서 소녀로 기르고
    시집보내고 나를 낳게 하고
    이제 할머니를 만들어서
    병들어 눕게 한...
  • Poem
    By Kim Hyesoon
    하이힐을 신은 새 한 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마스카라는 녹아 흐르고
    밤의 깃털은 무한대 무한대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늘 같은 꿈을 꿉니다
    얼굴은 사람이고
    팔을 펼치면 새
    말 끊지 말라고 했잖아요
    늘 같은 꿈을 꿉니다
    뼛속엔 투명한 새의 행로
    선글라스 뒤에는
    은쟁반 위의 까만 콩 두 개
    (그...
  • Poem

    From the magazine:

    안새와 밖새

    By Kim Hyesoon
    차가운 바이올린 소리
    쨍하게 얼어붙은 강물 위를 날아가며
    얼음 밑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내려다보듯
    새가 우리를 내려다보는 거지

    그 새가 창문에 부딪히자
    내게 일어난 증상

    우유에 떨어지는 코피처럼
    눈 내린 광장에서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춥지? 하면 아니! 하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바이올린 요람인가 너와 나
    같이 열렸다 같이 닫히는

    두 몸 사이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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